

한국은행이 돈을 너무 많이 풀어서 환율이 올랐다는 비판에 대해 정말 너무 억울한 것 같다.
한국은행에서 본인들은 잘못이 없다는 취지의 변론성 자료들을 연달아 내면서 영상까지 찍고 있다.
한국은행이 RP매입으로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는 주장의 심각한 오류
최근 유동성 및 환율 상황에 대한 오해와 사실 영상 자료
심지어 한국은행의 넘버쓰리가 삼프로 언더스탠딩 채널에 직접 나가서 해명까지 하셨다.
한국은행이 억울해하는 기분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동안 한국은행을 공격하는 쪽도 방어하는 한국은행도 서로 예민한 소재라는 이유로 핵심적인 쟁점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는데다가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배경지식을 하나하나 설명할 수는 없으니 겉으로 보여지는 현상만 가지고 투닥대면서 곁가지에서만 싸우고 있는 느낌이 들었는데, 한국은행 부총재보께서 대중 유튜브 채널에 나와 핵심적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제대로 설명해 주시니 반가운 마음이다.
"한국은행이 돈을 많이 풀었다"라는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정확한 말은 아니어서 오해를 야기하는 면이 있다. 아래 이야기는 1년 전에 썼던 썰을 거의 그대로 재탕하는 것인데, '한국은행이 돈을 풀었다'는 표현 때문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고 한국은행도 제일 억울해하는 부분인 것 같아서 조금 더 간단하게 다시 풀어본다.
특히 위 한국은행 부총재보의 유튜브는 직접 보시기를 완전 추천하는데, 마지막 즈음에 가면 한국은행 직원들도 다른 부서사람들은 잘 모르고, 심지어 한국은행 총재님조차도 처음 부임하고 아래 이야기를 잘 못 받아들이다가 계속해서 실무직원들의 설명을 듣고 만찬자리에서 "그 동안 통화에 대해 학생들에게 완전히 잘못 가르치고 있었다"고 하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래 내용은 그 정도로 최신 이론인데 지금 각국 중앙은행 안에서는 정론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다들 알다시피 본원통화(M0)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들에게 푸는 돈이고, M2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통화량이다. '한국은행이 돈을 너무 많이 풀었다. 유동성(통화량)이 너무 많이 늘어났다'는 비판을 할 때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하는 것도 M2다.
그런데 어떤 이론에 따르더라도, 시중의 통화량(M2)는 은행의 신용창조, 즉 대출에 의해 늘어난다. 은행이 대출을 해주는 그 순간(누군가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그 순간)에 통화량은 늘어난다. 내가 5억에 부동산을 살 때, 내 예금 2억과 3억 주담대 대출을 받아서 매도인에게 넘기면 내 예금은 2억이 줄었는데 매도인에게는 5억 예금이 생긴다. 바로 그 순간에 나에게는 3억의 부채가 생기면서 동시에 전체 통화량(M2)는 2억에서 5억으로 3억 늘어난다. 부동산 매도인은 당연히 그 5억을 내 돈처럼 쓴다('사실 이 5억은 완벽한 내 화폐가 아니라, 정확하게는 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이고, 은행은 부동산 매수인에 대한 대출채권으로 이 예금채권을 만들었으니 만약 부동산 매수인들이 주담대를 못 갚아서 은행이 파산하거나 뱅크런이 발생하면 내 예금채권 5억도 사라질 수 있다' 따위의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제조업 회사가 은행에서 1억을 빌려서 기계장비를 사는 순간, 회사에게 1억의 부채가 생기고, 기계장비 판매업자 계좌에 1억의 예금이 새로 발생한다. 기계장비 판매업자는 당연히 그 돈 1억을 결제가 완료된 '내 돈'으로 인식한다. 기계장비 판매업자 입장에서는 내 은행계좌에 일단 1억이 찍혔으면 내 돈인 것이지, 그 돈의 출처가 원래 회사 돈이었든 은행에서 빌린 돈이었든 아무 관심이 없다. 우리는 모두 내 은행계좌의 1억을 완전한 내 돈으로 인식한다. 그 뒤에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든 은행예금을 불완전한 '신용'이나 '채권'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은행의 대출이 곧 은행의 예금이고, 은행의 예금이 곧 통화량 M2다. 결국 통화량은 신용창조(은행의 대출)에 의해 늘어난다.
그리고 중앙은행은 '신용창조(대출)'의 가격만 정한다.
만약 기준금리를 20%로 정한다면, 아무도 돈을 빌리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빠르게 가지고 있는 부채도 갚으려 할 것이다. 시장의 통화량 M2는 늘어날 수 없고, 전체 대출 총량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M2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반대로 기준금리를 0%로 정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대출을 받으려 할 것이다. 전체 대출 총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M2가 늘어난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의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M2 증가를 이끌어왔다.
돈을 찍은 것은 한국은행이 아니라 우리다.
'한국은행이 돈을 풀었다.'는 말은 한국은행이 본원통화(M0)를 많이 늘렸고, 이로 인해 시중은행들도 M2를 늘려서 시장에 통화량이 늘어났다는 오해를 야기한다.
한국은행의 본원통화는 '신사임당 5만원권 같은 화폐발행액' +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 계좌에 입금한 지급준비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과거의 전통적인 설명은 M0와 M2사이의 통화승수가 고정적인 상수라고 보고,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풀어서 M0가 늘어나면 그에 따라 전체 통화량(M2)도 늘어난다고 보았다. 시중은행들은 법규로 정해진 지급준비율에 따라서 한국은행 계좌에 넣어야 하는 지급준비금을 맞춰야 하고, 중앙은행이 지급준비금(M0)를 늘려주면 그 지급준비율만큼 M2도 늘어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이후 M2와 M0 사이의 관계는 완전히 깨졌고, 중앙은행이 M0를 아무리 늘려도 M2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현실에서 명백하게 입증되었다(사실 버냉키는 그 전부터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늘린다고 기존 통화승수 이론에 따라 시중의 통화량이 비례해서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학문적 확신을 가지고 양적완화를 했다).
그래서 최신 이론은, 중앙은행은 가격만 정할 뿐, 전체 통화량은 시장에서 스스로 신용거래에 의해 늘어나는 것이고, 중앙은행은 시중은행들이 시장이 원하는 통화량에 필요한 본원통화를 그대로 공급해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출이 실제로 얼마나 늘어나는지는 시장참여자들의 의사에 달린 것이고, 시장에서 정해지는 것이다. 경제활동주체들이 지금 돈을 빌리면 잘 불려서 갚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대출을 받으려 하고, 은행이 채무불이행 위험을 체크해서 미래에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대출을 해주려 할 때 대출이 발생하고 통화량이 늘어난다.
다만 중앙은행은 신용창조의 가격(금리)만 정한다. 버냉키의 양적완화 역시 관심사는 통화량이 아니라 가격이었다. 본원통화를 공급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 아니었고, 중앙은행이 이미 시장의 단기금리를 0%까지 낮춘 상황에서 시장의 장기금리까지 더 낮추기 위해 양적완화를 진행한 것이다.
이론적으로 가격을 내리면 수요가 늘고 공급이 줄어야 하지만, 꼭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가격을 내릴 때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알 수도 없고 상황에 따라 항상 달라진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여기서 금리를 0.25% 내린다고 대출이 얼마나 늘어날지, 실제로 늘어나기는 할지, 반대로 금리를 0.25% 올린다고 대출이 줄어들지, 아니면 대출은 계속 늘어나는데 대출증가속도만 줄어들지, 아니면 금리인상을 무시하고 오히려 더 대출증가속도까지 늘어날지는 정확히 예상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현실 역시 최신 이론이 훨씬 잘 들어맞는다.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많이 늘리면 예금이 많이 늘어난다. 예금이 많이 늘어났으니 법규상 요구되는 필요지급준비금도 지급준비율에 비례해 늘어난다. 은행들이 추가로 지급준비금을 구해야 하니 은행들 사이에서 지급준비금을 맞추기 위한 콜금리가 올라간다. 바로 이 지급준비금을 맞추기 위한 콜금리가 한국은행이 정한 기준금리이고, 한국은행이 통제하는 금리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로 내렸다. 그러자 시장에서 대출과 예금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에게 필요한 지급준비금이 늘어났다. 그런데 만약 시중은행들이 이 법규상 요구되는 지급준비금을 맞추기 위해 돈을 구하려다가 콜금리가 4%, 5%까지 올라가면 기준금리 인하의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실패다. 콜금리가 2.5%에 머물도록 통화량을 추가 공급해줘야 한다. 그런데 사실 일반적으로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 대출과 예금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이 구할 수 있는 유동성도 풍부해졌다. 그냥 그 예금 중 일부를 한국은행 계좌에 지급준비금으로 넣으면 된다. 자연스럽게 중앙은행의 본원통화(M0)가 늘어난다.
오히려 대출과 예금이 너무 늘어나서 지급준비금을 구하기가 너무 쉬워져도 문제가 된다. 한국은행이 정한 기준금리는 ...




이제 자야지~ 하다 캘린더님 글이 보여 읽고 갑니다. 매번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M2가 먼저 늘어나서 M0가 늘어나는 것도 공감합니다. 저는 이게 역사적으로 학습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번의 금융위기, 은행 위기 때 결국 승자는 M2를 늘리는데 기여한 은행이었습니다. 중앙은행이 리스크 테이킹을 한 은행을 살려준다는 믿음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은행이 대출을 안 해주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선택아니겠습니까.
여기다가 계속해서 오르는 자산 가격은 수요마저 엄청나게 늘려놓았으니 은행으로서는 물 만난 고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수요자들 입장에서도 계속되는 자산가격 상승과 현금가치 하락은 뭐든 자산을 사놓는게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학습적인 결과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주기적으로 캘린더님 스페이스로 들어가서 글이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합니다!

갓린더님!
좋은 글 감사합미자! 많이 배웠습니다.

관심있던 분야인데 많이 배우고 갑니다!

존파원! 존파원!

너무너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캘린더님.

제가 통화정책에 대한 이 꽤 긴글을 재미있게 읽을 줄이야, 1년전에는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죠. :)
조금 이해 못한 단락이 있는데 요건 나중에 한번 더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