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까지 잘 따라오셨습니다. 이번 3편은 이전 해설본들에 비해 다소 분량이 긴 편인데요. 짧은 글은 아니지만 지급준비금이 현실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공들여 설명한 글이니만큼, 이번 기회에 지준금과 관련된 개념을 정립하고 가시면 향후 Valley AI를 이용하시면서 여러 컨텐츠를 소화하시는 것이 훨씬 수월해지실 수 있습니다. 단번에 며칠 조금씩 시간을 쪼개서 해설을 차근차근 정독하시고, 또 원본 칼럼도 다시 한 번 보시면서 금융 시스템의 펀더먼털에 익숙해지는 계기로 삼으시기를 기원합니다.
원본 칼럼 보러가기 : 연준이 신경써야 하는 것은 금리 뿐만이 아니다
https://www.valley.town/wsaj-premium/market-column/66f54c502b83b4b8abd25338
3편. 지급준비금 따라잡기
[ 전편 요약 ]
은행이 과도하게 자본이익을 추구하면 구조적 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08년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인 자본 규제에 들어가며 바젤 (Basel) 이 대표적입니다.
BIS 비율은 대표적인 규제 장치로서 은행의 자본 대비 투자 비율을 규제합니다.
은행들은 규제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투자를 줄이는 쉬운 선택을 합니다.
이제 핵심 은행들이 어느 정도 규제요건을 만족시킨 상태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신용창출 의지가 향후 강해질 정황이 만들어졌고, 이는 통화승수를 높이며 잠재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2편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은행이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해 신용창출에 소극적이었기에 그나마 시중에 돈이 덜 만들어지고, 돈이 필요한 곳에 필요한 시점에 공급되지 않으면서, 돈이 시중에서 유통되는 속도가 떨어져 인플레이션의 발생을 억눌렀습니다.
이처럼 은행은 규제 때문에 신용창출에 소극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이후 연준은 두 차례나 양적완화로 돈을 어마어마하게 풀었고, 2023년 3월 SVB 사태 이후에는 BTFP (Bank Term Funding Program) 까지 가동해 더욱 은행에 돈을 밀어넣었죠. 은행이 신용창출에 소극적인데도 이렇게 돈이 밀려 들어오니 은행이 이를 다 소화하지 못해 연준에 개설된 은행들의 지급준비금 계좌에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https://fred.stlouisfed.org/graph/?g=1uMB9 (파란선 본원통화, 초록선 지급준비금)
위 차트가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중앙은행이 직접 시중에 공급하는 통화를 본원통화라고 합니다. 파란선이 1960년도부터 현재까지 본원통화의 추이를 보여줍니다. 보시다시피 2008년 이후 본원통화가 급격하게 증가했죠? 연준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돈을 공급하며 본원통화가 전체 통화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통화량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자산시장 참여자들의 이목이 연준에게 더욱 쏠리게 됩니다.
차트의 초록선은 지급준비금 추이입니다. 본원통화와 거의 같이 움직이는 것이 보이죠? 연준이 은행으로 밀어넣은 돈은 급증했는데, 왜 은행들은 이 돈을 그냥 쌓아두고 있는 걸까요? 이 의문을 해소하려면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시황칼럼 41편에서 은행의 신용창조와 지준금의 관계… 에 대해 다루고 있죠? 또한, 지준금이 풍부함에도 은행들의 신용창조가 어려웠다는 내용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모든 내용은 결국 “지급준비금” 에 대한 이해없이 따라잡기가 어렵겠죠. 이 칼럼만이 아닙니다. ValleyAI 컨텐츠는 물론, 수많은 경제 컨텐츠에 지급준비금은 가장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용어이기도 하죠. 모르고 넘어가면 어차피 칼럼의 나머지 부분 이해도 어려울 것 같으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이번 3편에서는 원문 칼럼 해설이 아닌 지급준비금에 대한 개념을 따라잡고 가겠습니다.
[ 여기서 한 마디 ]
긴 글 주의!!... 기왕 중요한 주제를 다루게 되는 바, 개념을 잡기 위해 이 글, 저 글 헤매지 않고 한 지점에서 제대로 짚고 가자는 취지에서 분량 리미터 해제하고 끝까지 갑니다.
한 번에 읽기가 부담스러우면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하였으니 하루에 한 섹션씩 끊어서 읽으셔도 좋습니다. 한 번에 끝까지 달리실 분들은 미리 화장실 다녀오시구요.
< 전사들이여… 기왕 시동 걸었으면 하다못해 마트라도 가자! >
Section 1. 지급준비금의 기본 개념
지급준비금의 개념은 은행이 방만하게 대출을 늘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전체 대출규모의 일정 비율만큼의 돈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강제하는 규제에서 비롯됩니다. 이 비율을 지급준비율이라고 하는데, 가령 지급준비율이 10%이고, 은행이 창출 가능한 신용의 규모가 100억원이라면 이 중 10%인 10억원은 은행의 지급준비금 계좌에 현찰로 예치해야 하고, 나머지 90억원 만큼의 bank money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인 거죠.
< 출처 : 동국대학교 이시영 교수 수험경제학 강의 자료 >
1편의 덧글들을 읽어보니 은행의 대출과 예금이 등가라는 개념이 잘 와닿지 않는다는 피드백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은행업 라이센스가 없는 기관이나 개인에게는 전혀 친숙하지 않은 개념이거든요. 이번 섹션을 통해 좀 감이 잡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표에는 예금취급기관 (= 은행) A, B, C로 구분되어 있지만, 편의상 이 나라에는 은행이 A밖에 없다고 보아도 결과는 같습니다. 그러니, 단순하게 전부 A라고 놓고 생각해 보세요.
중앙은행이 100억원의 통화를 지급준비금 계좌를 통해 은행 A에게 공급한다.
은행 A는 지급준비율 10%에 해당하는 돈 10억원을 계좌에 남긴다.
은행 A는 나머지 90억원을 기업인 A씨에게 대출한다.
A씨는 90억원을 대출받아 하청도 주고, 자재도 사고, 월급도 준다.
A씨가 빌려 쓴 90억원은 하청업자, 납품업자, 임직원 등을 거쳐 돌고돌아 결국 은행 A의 예금계좌로 들어온다.
은행 A는 90억원을 A씨에게 대출해줬지만, 그 돈이 부메랑처럼 다시 예금으로 돌아오는 셈.
새로 예금이 들어왔으니 은행 A는 또 대출을 내어줄 수 있다.
지준율에 맞춰 9억원을 지급준비금 계좌에 예치하고, 나머지 81억원을 대출한다.
이 과정을 끝까지 반복하면 최종적으로 중앙은행이 공급한 100억원의 본원통화가 1000억원의 예금이 되는 마법이 벌어진다.
1~9까지의 과정이 은행의 신용창출 과정입니다. 대출과 예금은 사실상 동전의 양면이라는 개념이 조금은 와닿으시려나 모르겠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굳이 와닿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은행업 종사자나 경제학도가 아니라면 반드시 이해하려고 노력할만한 가치는 없거든요. 그냥 외우면 됩니다.
[ 여기서 한 마디 ]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짚어 보자면… 위 예시에서는 은행이 내어준 대출이 예금으로 돌아오면 다시 대출을 일으키는 사이클을 그리고 있죠? 이론적으로는 이 사이클이 맞습니다만, 은행들이 충분한 현금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특히, 08년 이후) 굳이 부메랑처럼 돌아올 예금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왜? 돈의 귀환을 기다리지 않아도 현금이 충분하면 지급준비금 계좌에 필요한만큼 현금을 넣어두고 바로 또 대출해 주면 되거든요. 그렇기에 대출을 실행하는 시점에 등가의 예금이 늘어난 것으로 처리하고, 바로 다음 대출을 실행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겁니다.
오히려 이해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잘 보시면 대출이 이루어질 때마다 예금이 늘어나고, 예금이 늘어난 비율과 같은 비율로 지급준비금이 늘어나죠?
상기 테이블에서 A의 대출이 B의 예금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세요. 총 예금은 100억에서 190억으로 90% 증가했고, 지급준비금도 10억에서 19억으로 90% 증가했습니다. 왜 90%죠? 지급준비율이 10%니까 그렇죠. 만약, 지급준비율이 20%였다면 첫 단계에서 대출은 80억이 가능했을 것이고, 총 예금도 100억에서 180억으로 80% 늘었을 겁니다. 지급준비금도 20억에서 36억으로 80% 늘었을 거구요.
감이 좀 오시나요? 지급준비율이 높아지니 어떤 현상이 벌어졌죠? 은행이 창출할 수 있는 신용의 규모가 줄어듭니다. 따라서, 지급준비율은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는 중앙은행의 유용한 통화 정책 수단이 되는 겁니다. 또 한 가지… 예금이 늘어난 비율과 같은 비율로 지급준비금도 늘어나죠? 따라서, 지급준비금을 쳐다보면 시중에 창출된 신용의 증감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두 사안만 반드시 이해하시고, 예금과 대출의 등가개념은 와닿지 않는다면 그냥 외우고 넘어가도 아~~~무 문제되지 않습니다. 섹션 1은 마무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 여기서 한 마디 ]
시황칼럼 41편에 ‘통화승수’ 라는 용어가 자주 나옵니다. 짚고 가야겠죠?
통화승수는 주어진 본원통화로 얼마나 시중 통화량이 늘었는가… 를 나타냅니다. 위의 예시를 적용하면 1~9까지의 단계를 거치며 본원통화 100억이 1,000억의 예금으로 확장되었으니 통화승수는 10이 되는 거죠. 통화승수가 높아질수록 은행에 의한 신용창출이 활발하다… 그만큼 돈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 시중에 돈이 많다… 는 의미가 됩니다. 따라서, 통화승수는 경제활력과 물가상승의 토양이 되는 민간에 의해 창출된 돈의 양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땅이 기름지다고 무조건 풍년이 오는 것은 아니죠? 기름진 땅에서 바쁘게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이 바쁨의 척도로 삼을 수 있는 지표가 바로 경제주체들이 돈을 주고받는 빈도… 돈의 유통 속도입니다.
앞서 1~9의 단계로 나누어 살펴본 신용창출의 과정을 거치는데 1년이 걸릴 수도, 1달이 걸릴 수도 있겠죠? 경제주체들의 대출, 소비, 투자에 대한 적극성이 높을수록 기간은 단축될 겁니다. 그만큼 돈의 순환이 빠르다, 경제에 활력이 넘친다… 고 볼 수 있겠죠. 이러한 돈의 유통속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화폐유통속도입니다.
돈의 양이 많고 (= 높은 통화승수), 많은 돈이 빨리 유통되는 (= 빠른 화폐유통속도)... 손님이 북적거리고 테이블 회전속도가 빠른 유명 맛집 같은 상황이 바로 경기 호황이죠. 그리고, 호황은 인플레이션을 부릅니다. 불황과 디플레이션은 이와 반대의 상황이겠죠? (여담 : 중앙은행의 강력하지만 유일한 무기는 금리이기에 중앙은행은 두 변수 중 오직 통화승수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전지전능하지 않아요.)
시황칼럼 41편에서 통화승수를 언급하며 인플레이션의 재림을 우려하는 이유는 뭘까요?
https://fred.stlouisfed.org/graph/?g=1vSmT (파란선 화폐유통속도, 빨간선 통화승수)
최근 추이를 보면 화폐유통속도는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통화승수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이미 화폐유통속도가 상승하고 있는데, 여기에 은행 신용창출 확대로 통화승수까지 높아진다면 자칫 경기가 과열되어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Section 2. 지급준비율 0% 시대의 개막
지급준비율이 이렇게나 효율적인 시중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정책수단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