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지난 2년을 뒤흔들었던 물가와의 전쟁이 일단은 휴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초부터 시작된 급격한 물가 상승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놓았고, 연준은 이에 대응하여 사상 유례없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그 결과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채권시장은 역사적인 손실을 기록했으며,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습니다. 하지만 2024년 들어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었습니다. 물가가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대두되었고, 이는 다시 자산 시장의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투자자들은 이제 '인플레와의 전쟁'이 끝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물가를 이야기할 때 대부분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삼아왔습니다. CPI가 전년 동월 대비 얼마나 상승했는지, 전월 대비 얼마나 변동했는지를 보면서 물가 상황을 판단해왔죠. 하지만 실제로 연준이 가장 주목하는 물가지표는 CPI가 아닌 개인소비지출물가지수(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Price Index, 이하 PCE)입니다. 매달 PCE가 발표될 때마다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것도, 연준 의장이 PCE를 자주 언급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2000년 이후 연준은 공식적으로 PCE를 선호 물가지표로 채택했으며, 2012년부터는 PCE 상승률 2%를 명시적인 물가안정 목표치로 설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연준은 CPI 대신 PCE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일까요? PCE는 CPI와 어떤 차이가 있으며, 실제로 더 나은 물가 측정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일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PCE의 기본 개념부터 시작하여, CPI와의 차이점, 연준이 PCE를 선호하는 이유, 그리고 투자에 미치는 영향까지 폭넓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PCE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어떤 특징과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상세히 알아봄으로써, 투자자들이 이 지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보겠습니다.
CPI vs PCE: 무엇이 다른가?
PCE는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 이하 BEA)에서 매월 발표하는 물가지표입니다. PCE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이 지표는 개인소비지출의 물가변동을 측정하는 것인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PCE가 GDP 통계의 일부라는 점입니다. GDP는 크게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로 구성되는데, 그중에서 소비 부문의 물가를 측정한 것이 바로 PCE입니다. 그래서 PCE는 분기별 GDP 통계가 발표될 때 함께 공개되며, 이를 월별로 세분화한 것이 매월 발표되는 PCE인 것이죠. 이는 CPI가 순수하게 물가만을 측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것과는 다른 점입니다.
두 지표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데이터 수집 방식에 있습니다. CPI는 소비자 관점에서 물가를 측정합니다. BLS의 조사원들이 직접 상점을 방문하여 가격을 확인하고,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소비 패턴을 파악하죠. 반면 PCE를 담당하는 BEA는 판매자 관점에서 접근하는데, 바로 기업들이 정부에 제출하는 매출 및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가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매출액과 판매량을 정부에 보고해야 하는데, BEA는 이 정보를 활용하여 실제 거래된 가격을 역산하는 것이죠. 참고로 기업들은 세금 신고와 관련하여 정확한 매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허위 보고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PCE의 신뢰도를 높여주죠. 설문조사에 기반하기 때문에 표본의 대표성이나 응답의 정확성 문제가 있는 CPI에 비해서 훨씬 정확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포괄 범위에서도 두 지표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PCE는 CPI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항목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의료비의 경우를 살펴보면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데요. CPI는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만을 측정하지만, PCE는 보험회사가 지불하는 금액, 정부의 의료보조금까지 포함합니다. 이러다 보니 PCE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인 반면, CPI에서는 약 8%에 불과합니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의료비는 얼마 안 될지 몰라도, 실제로 사회 전체에서 의료에 투하되고 있는 자원은 상당하다는 것이 PCE를 통해서 드러나는 것이죠. 이는 PCE 쪽이 의료비 상승을 CPI보다 훨씬 잘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가령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같은 프로그램이 확대되면, CPI상으로는 물가가 변동이 없겠지만, PCE에서는 물가가 크게 튀어오를 수 있죠. 이외에 교육비 역시 비슷합니다. CPI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직접 내는 등록금만을 집계하지만, PCE는 정부나 재단이 제공하는 장학금, 학자금 지원까지 고려합니다. 즉 PCE는 소비자가 직접 지불하지 않았을지라도 최종적으로 개인의 소비를 위해 지출되는 대부분의 비용들을 잡아내서 지출에 포함합니다. 그래서 PCE가 CPI보다 실제 경제 활동을 보다 포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것이죠.
지역적 범위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CPI는 도시 지역의 물가만을 측정하지만, PCE는 전국의 모든 지역을 포괄합니다. 물론 미국 인구의 9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결정적이지는 않습니다만, 농촌 지역의 특수한 소비 패턴이나 물가 동향을 파악하는 데는 PCE가 더 유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나 식품과 같이 지역별 차이가 큰 품목의 경우, PCE가 보다 포괄적인 그림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PCE는 GDP의 일부로서 국민소득계정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 전반의 흐름을 보다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물가는 독립적인 현상이 아니라 GDP, 고용, 임금 등 다른 경제변수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PCE는 물가가 이러한 거시경제 변수들과 어떤 관계를 갖고 변화하고 있는지 파악하기에 더 용이합니다. 이는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물가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연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