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가다 보면 과거 기관 펀드들의 수익률 통계를 토대로, '대부분의 기관들이 S&P 500 지수를 이기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보통 지수추종 전략이나 패시브 자산배분 전략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일정 수준은 팩트에 가깝고, 저도 '노력을 하지 않을 거면' 무난한 패시브 투자를 하라고 유튜브에서 강조를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 사실이 패배의식에 빠져 초과수익을 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을 합리화해주는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첫째, 일반적으로 저런 자료에서 인덱스 펀드의 비교 대상이 되는 다른 펀드들은 대부분 뮤츄얼 펀드들인데, 헤지 펀드들의 수익률 데이터는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통계에 잘 나오지 않습니다.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펀드에는 크게 부유한 소수만 투자 가능한 헤지 펀드와, 아무나 작은 자금만 가지고서도 아무 때나 투자할 수 있는 뮤츄얼 펀드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정말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높은 연봉을 받으며 초과수익을 추구하려는 인재들은 대체로 헤지펀드에 모이지, 뮤츄얼 펀드는 대중적인 접근성을 기반으로 특정 테마나 베타를 추종하는 성질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헤지펀드의 경우 기본 운용 수수료 1~2% 외에 수익을 낸 부분에 대해 성과 수수료를 15~35% 가져가는 반면, 뮤츄얼 펀드는 기본 운용 수수료만 0.5~1.5% 가져갈 뿐입니다. 예를 들어 1조를 운용해서 20% 수익률을 내 2000억을 벌었다면, 뮤츄얼 펀드 매니저는 그 수익과 상관없이 운용액 1조의 1%인 100억 정도를 가져가는 반면, 헤지펀드 매니저는 그 기본 수수료 100억에 추가해서 수익을 낸 2000억의 20%인 400억을 가져갑니다.
이런 인센티브 구조 상 헤지펀드 운용인력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뮤츄얼 펀드들은 대중에게 알기 쉽고 접근이 쉬운 상품을 마케팅하여 운용액의 크기를 늘리는 것에 리소스를 쏟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익률을 많이 내 봐야 성과 수수료는 없고, 운용자금의 크기 대비 수수료만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는 ‘대체로’ 그런 경향이 있다는 뜻이지 뮤추얼 펀드 업계에서도 피터 린치와 같은 전설들이 존재하기도 하니 오해는 없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손흥민 같은 선수가 가끔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브라질 선수들이 대체로 전부 한국 선수들보다 잘한다는 사실을 뒤엎을 수 없듯이, 피터 린치와 같은 소수의 전설이 뮤츄얼 펀드의 구조적 결함을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애초에 시장 평균 수익률보다 높은 초과 수익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가 강의 1회차에서 말씀드렸듯이, 내가 적정가치 $100의 주식을 $80이라는 저평가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말은, 누군가는 저평가된 가격에 주식을 팔아치운다는 뜻입니다. 내가 시장 평균 수익률 10%를 초과하는 15%의 수익을 거둔다는 말은 누군가는 그 5%에 해당하는 부분을 손실보았다는 뜻입니다. 내가 꾸준한 초과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꾸준히 시장 참여자 평균보다 아웃퍼폼해야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시장 참여자보다 우월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거나, 남들이 쓰지 않는 데이터를 사용하거나, 차별화되는 투자 전략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모두가 부자되는 투자 방법은 없습니다. 모두가 아는 방법이라면 그것은 시장 평균 수익률을 내는 전략이 되어버립니다. 로보어드바이저들에서 외치는 "모두가 상위 1%의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모두가 현명한 투자자가 되는 그날까지"와 같은 문구들은, 마치 모두가 상위 5% 수능 성적을 낼 수 있는 수능 공부 방법이 존재한다는 말처럼 모순입니다. 남들이 다 아는 저평가된 종목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다 알게 된 시점에는 이미 매수세로 인해 더 이상 저평가된 가격이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부분도 "가치투자 공부 방법론"에 적었듯이, 이분법적으로 해석하시면 안되고, 하나의 연속적인 스펙트럼으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세상 누구도 쓰지 않는 데이터, 세상 누구도 절대 사용하지 않는 비밀스러운 전략, 세상 누구도 저평가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종목은, 여러분이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수학 천재가 아닌 이상 존재하지 않고, 접근도 불가합니다. '시장의 참여자 대비 평균적으로' 잘 쓰지 않는 데이터, '시장의 참여자 대비 평균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전략, '시장의 참여자들 중 많은 숫자가 아직 저평가되었다는 걸 모르는' 종목으로 해석하셔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투자 공부를 하는 것도, 기관을 초월해야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 참여자 평균' 대비해서 제대로 올바른 지식을 공부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시장 참여자 평균이라는 것도 시장과 기간에 따라 달라지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직후 개미들이 물밀듯이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나서는 그 평균이 훨씬 낮아진 면이 있습니다. 마치 포커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처럼 테이블에 아무것도 모르는 개미들이 많을수록, 여러분이 PER의 개념에 대해 정확하게만 알고 있어도 초과수익을 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 2017, 2018년도처럼 기관 투자자의 비율이 높았던 시기, 혹은 기관 투자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국채 시장에서는, 초과수익을 내기 위한 바가 더 높을 것입니다.
어쨌든 마찬가지 맥락에서, 일반 투자자 누구나 손쉽게 증권사 창구에 가서 가입할 수 있는 뮤츄얼 펀드가 한두해 반짝 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다른 뮤츄얼 펀드에 비해 월등한 성적을 내는 것은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