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임기 중반부 이후의 경제 정책 기조는 긴축적인 통화정책과 완화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세계의 달러를 흡수해 미국의 일방적인 성장만을 추구하고, 빈부격차를 줄이면서 친환경 정책을 밀어주는 방향이었습니다. 그런데 바이든 때는 금리가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국채 이자 비용을 조달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 저금리 시대는 저물고 있고, 그 결과 미국 정부가 이자를 갚는데 쓰는 비용은 국방 비용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집권하는 트럼프는 결국 이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면서 본인의 어젠다를 추구해야 합니다.
가능할까요?
재정적자를 감축하려는 노력은 일반적으로는 시장에 악재이나, 예외적인 사례들은 있습니다. 그 예외 사례 중 하나에 대해서 우리는 Fellow 프로그램의 글로벌 매크로 실전편 6회차 2강에서 배웠는데요. 클린턴 시기입니다. 90년대 초 부시와 클린턴은 대선 레이스를 치열하게 벌이는 동안에는 표를 의식해 서로 재정적자 문제에 대해 큰 언급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클린턴은 당선인 신분이 된 시점부터 본인이 취임하면 재정 긴축 조치가 반영될 것임을 예고했고, 실제로 93년에 취임 이후 적극적으로 관련 입법을 밀어부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개선되리라는 기대로 장기채 금리는 93년 내내 지속적으로 하락하게 되고, 그 덕에 경기는 지루했던 회복기를 떨쳐내고 확장세에 들어서죠.
일반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는 케인지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경기 부양 효과가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정부의 재정적자와 과도한 국채 공급에 대한 우려가 과할 때는, 클린턴처럼 대규모 증세와 연금 축소를 밀어부치며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오히려 장기물의 하락으로 경기 진작에 도움이 되는 특수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음을 우리는 공부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6회차 2강 복습 추천드립니다)
현재와 클린턴 시기는 언뜻 보면 비슷한 점도 있기는 하지만, 당시를 지금과 동일시 하기에는 여러 모로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인데요.
당시 30년물 국채 금리는 무려 9%에 달한 반면, 지금은 COVID 시기보다 높아졌다 해도 여전히 4%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당시는 89년도부터 4년간 경기가 침체/회복을 반복하며 지지부진한 상태였습니다.
클린턴은 대규모 증세를 통해 재정적자를 줄이는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지금은 경기가 지속적인 확장세에 있고, 트럼프는 증세가 아닌 감세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가 과감하게 감세 주장을 철회하지 않는 한, 위와 같은 아름다운 시나리오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트럼프는 관세, 즉 다른 국가들에 대한 대규모 증세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관세 어젠다를 관철한다면 인플레 우려로 장기채 금리는 오히려 더 오를 수 있고, 관철하지 않는다면 (감세를 포기하지 않는 한)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가 힘듭니다. 그 사이의 아주 좁은 길 - 감세로 경기가 진작되면서 세수가 상승하고, 협상 끝에 약한 관세를 하되 상대국은 보복하지 않는 - 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를 기대하기는 힘들겠죠.
어쨌든 지금 현 시점에서 세계 각국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알아서 기자'는 기조가 강한 것 같습니다.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일본 모두 선제적으로 트럼프에게 굽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