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사이클은 어디쯤 와 있는가

2026년 4월 24일 13:56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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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

최근 대왕감자님이 써주신 좋은 한국 반도체에 대한 글 한 편을 읽었습니다. 결론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저의 오래된 기준에 비추어 보면 꽤 괜찮은 글이었습니다.

이 것은 반박글이 아닙니다. 그냥 제 방식대로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투자자로서 한 사이클을 통째로 바라볼 때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를 점검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아마 뉴런 분들은 거의 다 알고 계시는 기본적인 내용일 것입니다. 편하게 읽어주세요.

메모리 원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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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코스피는 75.63% 상승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IT 버블기였던 1999년(8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고, G20 및 OECD 회원국 중 1위였습니다. 그리고 이 중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나왔다는 주장은 사실입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2024년 말 318조 원에서 2025년 말 693조 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고, 두 회사 합산 시총이 1,200조 원을 돌파

그런데 제가 보기에 흥미로운 숫자는 따로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더라도 코스피 상장사들의 연결 영업이익은 10.76%, 순이익은 15.64% 증가 했다는점입니다. 메모리가 너무 거대해서 가려져 있을 뿐, 나머지 시장도 10%가 넘는 이익 성장을 기록했다는 뜻입니다. 섹터별로 뜯어보면 그림은 더 뚜렷해집니다. 증권 지수는 107.56% 폭등했고, 조선·방산·중공업이 포함된 기계장비 지수는 97.43% 급등, 건설 지수 50.27%, 은행 지수 56.34%, 보험 지수 41.04% 상승 했습니다. 유명한 조선 TOP3 지수는 2023년, 2024년, 2025년 3년 연속으로 각각 40%, 62%, 110% 상승했습니다.

의미는 단순합니다. 한국 시장에서 지난 2~3년 동안 일어난 일은 메모리 혼자 잘난 것이 아니라, 메모리가 유난히 빨리 달린 것에 가깝습니다. 2017년이 류현진 전성기 시절의 한화(원맨팀)였다면, 2025년은 류현진이 넘어간 뒤의 LA다저스에 가깝습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만약 메모리가 꺾인다면 코스피는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답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메모리가 진짜 혼자 뛴 거였다면 엔진 정지 = 지수 폭락, 2500 회귀입니다. 하지만 조선과 방산과 금융과 기계가 각자의 사이클을 따라가고 있다면, 메모리가 쉬어가는 구간에 다른 엔진이 바통을 이어받을 여지가 생깁니다. 이 부분은 롱이든 숏이든 계산에 넣어두셔야 하는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이 메모리 사이클은 어디쯤 와 있는가

메모리 시장을 오래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이 산업의 사이클을 읽는 것은 날씨를 읽는 것과 비슷합니다. 기상청이 아무리 정교해도 "정확히 며칠에 비가 옵니다"라고 단정하지는 못합니다. 대신 기압 배치와 해수면 온도와 편서풍의 흐름을 보고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반도체 사이클도 똑같습니다. 끝이 오긴 오는데, 언제 어떻게 오는지는 여러 변수의 조합으로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 가장 노이즈는 이것이었죠. 터보퀀트. "KV 캐시 압축 기술이 확산되면 HBM 수요가 꺾이는 것 아닌가?" Moonshot의 Kimi Linear가 캐시를 75% 줄였다, 터보퀀트가 재학습 없이 6배 압축에 성공했다, NVIDIA가 GTC에서 NAND 기반 티어를 정식으로 도입했다 같은 뉴스요.

기술적 팩트는 전부 사실입니다. 다만 여기서 "HBM 수요 감소"라는 결론으로 넘어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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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의 레미안 원펜타스 위로 어느 날 갑자기 헬리콥터가 날아와서, 똑같이 생긴 아파트를 수직으로 두 배, 세 배 쌓아 올렸다고 해보겠습니다. 공급이 세 배가 된 것입니다. 그러면 원펜타스 집값이 3분의 1이 될까요. 가격 조정이야 있겠지만, 입성을 노리던 대기 수요가 새로 쌓인 층들을 빠르게 채울 것입니다. 원펜타스에 들어가고 싶었던 사람의 숫자가 원래 공급량의 수십 배였기 때문입니다.

현재 AI 추론 시장이 정확히 이런 상태입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실적 발표에서 흘린 한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Azure 주문 중 800억 달러어치를 전력이 부족해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돈을 주겠다는데 물리적으로 공급을 못 하는 시장입니다. 19세기에 증기기관 효율이 개선됐을 때 영국의 석탄 소비는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폭증했습니다. 효율이 좋아지면 단위당 비용이 낮아지고, 낮아진 비용이 새로운 수요를 끌어들여서 총 소비량은 더 커집니다.

KV 캐시가 4분의 1로 줄어들면, HBM 한 장으로 처리할 수 있는 토큰 수가 네 배로 늘어납니다. 그러면 HBM 수요가 4분의 1이 될까요. 수요가 compute-bound 상태, 즉 "계산 능력이 부족해서 매출 상한이 정해지는" 상태라면 정확히 반대 결과가 나옵니다. 그동안 경제성이 안 맞아서 포기했던 AI 애플리케이션들이 갑자기 타산이 맞기 시작합니다. 수요는 어디 간 것이 아니라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건 단순한 제 의견이 아니라 홍진채 대표님도 남겨주신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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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IDIA의 CMX 티어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건 알고리즘 효율이 아니라 메모리 계층 구조 자체의 재편이라 장기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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