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투자라는 깊고 넓은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벨리 분들과, 어떻게 유영해야 하는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싶어서 적은 이야기입니다.
벨리 분들이라면 투자 공부 로드맵 1,2,3편을 읽어보셨을 텐데, 초심자 입장에서 방향을 잡기에는 정말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2편 Action Plan 4의 “메모하기” 부분을 읽으면서, 단순히 저장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지식을 더 깊게 축적하고 체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짧게 요약하면 이 글은 Action Plan 4를 따라가다가 스스로 부딪혔던 시행착오와, 그 과정에서 만들어본 저만의 Action Plan 4.1 정도 되는 이야기입니다.
고수 벨리 분들께는 제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온 방식들이 정말 효율적인지, 혹은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점검받고 싶습니다. 경제학적 명제를 어떻게 자기 것으로 만드셨는지, 방대한 정보 속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논리를 형성하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반대로 초보 벨리 분들께는 저처럼 해변가에서 물장구만 치다가 발밑의 자갈에 베이지 않고, 어떻게 하면 안전선 너머까지 유유히 헤엄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게 만드는 오답노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머리가 깨지는 경제학적 명제와의 첫 만남
“경제학적 명제를 이해하려면 결국 좋은 글을 많이 읽으면 되는 거 아닌가?”
아마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믿었던 2년이 있었습니다.
월가아재님의 유튜브 영상의 갯수가 아직 한자리 수 언저리였을 때부터 영상을 챙겨봤습니다. 대학생에게 있어 불멍, 물멍아재의 시카고썰은 돈 주고도 못 들을 재미난 이야기였습니다. 같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라는 점도 괜히 더 친근하게 느껴졌고요.

대학생 시절의 저는 플레이리스트에 영상을 하나씩 저장해두고 마치 강의를 듣듯 반복해서 보곤 했습니다. 커리어 고민이 많던 시절에는 직접 메일로 질문을 드린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진심으로 믿었습니다. 공대생의 기술적 사고와 경제학적 지식을 섞으면 언젠가 REITs나 세련된 금융회사에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지금 돌아보면 참 헛바람 잔뜩 든 꿈이었습니다.
정작 중요한 전공 공부는 뒤로 미뤄둔 채, 황금같은 4학년이라는 시간을 습자지같은 얕고 넓은 경제 공부와 영상 소비로 채워나갔습니다. 그래도 스스로는 만족했습니다. “이 정도면 다른 대학생들보다는 많이 아는 거 아닐까?” 하고요.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쉬는 날이면 WSJ와 경제 시황을 읽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스스로를 꽤 대견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저는 정보를 쌓고 있었던 게 아니라 소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 조금, 저기 조금. 주워 담기는 했지만 머릿속에 남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구멍 뚫린 바지 주머니에 계속 흘려보내고 있었던 것처럼요.
그러다 직장인이 되고 자금적으로도 아주 조금의 여유가 생기면서 다시 경제 공부를 시작하려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한 문장에서 멈춰버렸습니다.
> “채권 가격은 금리와 음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이 말을 이해하는 데 하루가 걸렸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설명하려다 완전히 막혀버렸습니다.
> “그럼 왜 가격이 떨어지는데도 채권을 사는 거야?”
> “기관이랑 개인은 왜 사는데?”
> “금리가 오르면 손해인데 왜 들고 있어?”
질문이 이어질수록 저는 점점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 명제를 이해한 게 아니라, 암기만 하고 있었다는 걸요.
집에 돌아와 지금까지 봤던 영상들을 떠올려봤습니다. 섬네일은 기억났지만,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저는 2년 동안 공부를 한 게 아니라 경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월가아재님의 책상 앞에 앉아 같이 끄적이며 공부한다고 착각했지만, 실제로는 수영 영상을 보며 수영 실력이 늘기를 기대하는 사람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영상 한 개를 직접 받아 적어 프린트해봤습니다. 그리고 문장 하나하나에 체크해봤습니다.
‘나는 이걸 정말 설명할 수 있는가?’
40문장 중 설명 가능한 건 3개 정도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진짜 안다는 건 뭘까?’
‘그리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그 질문 이후 저는 단순히 더 많은 정보를 읽으려 하기보다, 먼저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어떤 지식은 며칠 지나면 사라지고, 어떤 사람들은 복잡한 경제 현상을 자기 언어로 끝까지 설명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고수들과 저의 차이: 두 종류의 폐활량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고수들과 저의 차이는 결국 두 가지였습니다. 지식의 폐활량, 그리고 작성의 폐활량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는 양의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건 양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의 문제에 가까웠습니다. 마치 수영처럼요.
지식의 폐활량: 얼마나 오래 물속에 머물렀는가
지식의 폐활량은 수영선수의 심폐지구력과 비슷합니다. 처음 물에 들어가면 숨부터 찹니다. 몇 번 팔을 젓지도 않았는데 금방 지치죠.
경제학적 명제도 똑같았습니다.
경제를 읽다가도 사고가 끊겼고, 지정학을 보다 보면 머릿속이 금세 흐려졌습니다. 하나의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또 다른 변수들이 튀어나왔고, 조금만 깊게 들어가도 숨이 막혔습니다.
왜 그럴까 고민해봤습니다.
결국 저는 물속에 오래 있어본 적이 없었던 겁니다. 하나의 이론으로 세상을 반복해서 해석해본 경험도 부족했고, 하나의 명제를 붙잡고 몇 시간씩 고민해본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서로 다른 정보들을 연결하며 사고를 이어가본 훈련 자체가 부족했던 거죠.
반면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하나의 지식을 하나의 호흡법처럼 사용했습니다. 원유 수급이라는 호흡으로 지정학을 읽고, 미국채 금리라는 호흡으로 환율을 해석했습니다. 그리고 그 호흡을 반복해서 돌렸습니다.
처음에는 몇 미터도 못 가던 사람이 매일 물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