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동안 쉬어갔던 프리미엄 칼럼 85편의 해설 시리즈 4편입니다. 4편과 5편에서는 경제사상사를 가볍게 살펴보면서 20세기 동안 사조의 흐름이 어떻게 교체되어 왔는지, 그리고 바이든과 트럼프가 어떤 부분에서 의외로 닮았는지 알아보고 가겠습니다.
칼럼 원문: 신공급주의인가, 공급주의인가?
1편 링크: 지금까지 침체가 오지 않은 이유,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다르다? | 초심자를 위한 해설 34
2편 링크: 미국을 부유하게, 전세계를 가난하게 | 초심자를 위한 해설 35
3편 링크: 트럼프에게 남겨진 두 가지 선택지 | 초심자를 위한 해설 36
[ 전편 요약 ]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취할 경로는 크게 두 가지... 바이든의 기조를 이어가느냐, 벗어나느냐.
경로 A. 바이든 정책 기조를 이어가는 경우
전 세계 달러의 미국 집중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히 강해질 수 있다.
재정정책은 완화적으로 가되,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하며 물가를 안정시킨다.
경로 B. 재정 긴축 기조로 돌아서는 경우
경기는 이미 과열국면이므로 재정은 긴축적으로 전환하되, 민간의 경제활동을 장려한다.
경기상황에 따라 재정정책의 긴축 및 완화를 조절한다.
정황 상 트럼프 행정부는 경로 B를 선택할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중요한 포인트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얼마나 능숙한 재정정책의 묘를 선보일 것인가? (재정긴축과 완화의 묘)
트럼프의 재정 확충안의 핵심인 관세정책은 어떻게 추진될 것인가?
또 다른 축인 통화정책은 재정정책과 어떻게 보조를 맞출 것인가?
3편에서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두 경로에 대한 내용을 짚어 보았습니다. 3편 말미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느 경로를 취하든 사실 '세계가 어떻게 되든 미국만 잘 살면 돼'... 라는 목적은 같습니다. 다만, 그 목적을 지향하는 철학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죠.
트럼프 행정부 : 감세와 규제완화로 민간 기업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보장해 주면서 공급자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는 것을 우선시하는 전통적인 공급주의 기조를 지향
바이든 행정부 : 공급자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목표는 동일하나 민간의 자율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계획과 투자를 이니셔티브로 삼는 신공급주의 기조를 지향
이번 편에서는 미국을 지배했던 경제철학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공급주의 vs 신공급주의' 라는 칼럼 원문의 제목의 의미를 탐색해 보겠습니다. 구성 상 4편의 내용은 다소 깁니다.
공급주의 : 생산은 모든 것
모두가 알다시피 경제는 크게 두 영역으로 나눌 수 있죠. 생산을 담당하는 공급, 소비를 담당하는 수요입니다.

< 경제학... 하면 가장 먼저 배우는 수요-공급 곡선 >
공급주의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뿌리를 두고 있는 고전경제학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주장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경제주체들이 합리적으로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이 곧 경제전체의 성장을 극대화하는 길이며, 서로 다른 주체들의 합리성이 맞닿으면 '보이지 않는 손' 에 의해 경제 전체의 균형이 유지된다... 는 내용이죠.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시장은 스스로 균형을 찾는 자정능력이 있으므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불필요하니, 작은 정부와 균형재정의 원칙이 중요하다는 것이 고전경제학의 시각입니다.
그런데, 왜 공급주의가 고전경제학이냐... 고전경제학은 철저하게 '생산' 의 관점에서 경제를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고전경제학이 태동하던 18세기는 산업혁명 초창기로서 영국에서 시작된 생산성 혁명이 퍼져나가던 시기였습니다. 대규모 생산이라는 개념이 있지도 않았으니, 생산을 위한 투자의 개념도 희박했고, 투자를 뒷받침해줄 금융도 뒤쳐져있는 상황이었죠. 산업혁명에서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것이 기술혁명에 의한 생산성 급증, 즉, '생산' 이었다는 말이죠.
생산력 증대가 경제성장을 주도하면서 모든 관심이 생산에 쏠리며, 생산 (= 공급) 이 경제활동을 주도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죠. 고전경제학의 핵심적인 논리가 된 세의 법칙 (Say's law) 으로 잘 알려진 칼럼 원문에 언급된 장 밥티스트 세의 생각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생산 (= 공급) 이 이루어지려면 필요한 생산요소 (설비, 인력, 자재 등) 에 대한 수요가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모든 공급은 수요에 후행하므로 공급이 수요를 견인한다고 볼 수 있다.
방앗간에서 떡을 만들어 판다고 합시다. 방앗간 손님들에게 떡을 살 돈이 있어야겠죠? 그러면 그 손님들은 어디서 돈을 버나요? 방앗간 손님들 역시 무엇인가를 생산하여 판매한 돈을 가지고 떡을 사먹을 겁니다. 즉, 방앗간 손님들이 떡을 사먹을 수 있는 돈은 (= 수요는) 또 다른 생산에서 나옵니다. 결국, 공급이 수요를 견인한다, 혹은 공급이 수요를 선행한다고 보는 거죠.

< 톰은 레모네이드를 판 돈으로 헤드셋, 조이스틱을 산다. 공급이 수요를 만든다. >
그래서,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 는 논리가 성립한다는 것이 세의 법칙입니다. 상품의 생산이 수요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수는 없다는 논리입니다. 설령, 일시적으로 불균형이 나타난다 해도 시장의 자원 배분 효율화로 경제 전체의 균형은 자연스럽게 맞추어진다... 고 보았죠. 이것이 고전 경제학, 공급주의적인 경제에 대한 시각입니다.
한계에 봉착한 공급주의, 케인즈의 부상
글로벌 매크로 실전편 2강에서 언급된 것처럼 고전경제학은 엄밀한 데이터를 활용한 수학적 검증이 결여된 철학이나 논리학에 가까운 학문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기에 공급과잉은 없을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죠.

18세기부터 1990년까지 미국의 호황 및 침체 주기를 나타낸 차트입니다. 회색 막대가 경기확장기, 검은 막대가 경기침체기이며, 막대의 길이는 지속기간을 나타냅니다. 고전경제학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 (주황색 세로선의 좌측) 를 보면 확장과 침체가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것이 보이죠.
즉, 고전경제학의 논리적 추론과 달리 현실 세계에서는 끊임없이 공급과잉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이 불균형을 자체적으로 바로잡을 것이라는 고전경제학의 신조가 주요국의 정책 기조였기에 정부는 시장에 방임하였습니다. 그 결과가 수 년 주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