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칼럼 85편의 해설 시리즈 최종편입니다. 이번에는 미국이 공급주의 노선을 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어떤 여파를 낳을 것인지 점쳐보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긴 연재 따라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칼럼 원문: 신공급주의인가, 공급주의인가?
1편 링크: 지금까지 침체가 오지 않은 이유,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다르다? | 초심자를 위한 해설 34
2편 링크: 미국을 부유하게, 전세계를 가난하게 | 초심자를 위한 해설 35
3편 링크: 트럼프에게 남겨진 두 가지 선택지 | 초심자를 위한 해설 36
4편 링크: 바이든과 트럼프의 바톤 터치 | 초심자를 위한 해설 37
5편. 공급과잉의 시대
[ 전편 요약 ]

4편에서는 바이든의 신공급주의 vs 트럼프의 공급주의에 대한 이해를 위해 미국 경제정책의 철학 변천과정을 간략하게 훑어 보았습니다. 마지막 5편에서는 미국 경제정책의 중심이 공급 주도로 전환됨에 따라 어떤 여파가 발생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급주의 고전 경제학으로 회귀하게 된 주요 원인
4편 요약 다이어그램에 나온 것처럼 미국 경제정책은 다시 공급중심의 고전 경제학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어떤 배경과 맥락에서 회귀하게 되었는지 먼저 짚어 봅시다.
공급주의 회귀 원인 #1. 쌍둥이 적자
트럼프 2.0 초심설 칼럼에서 레이건 정권 시절의 쌍둥이 적자에 대해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냉전 상황에서 정부의 군비지출이 늘고, 일본과 독일의 급부상으로 무역적자는 커져만 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만 가는 이 현상을 두고 쌍둥이 적자라고 불렀죠.
레이건 행정부는 강한 달러를 주범으로 지목했습니다. 달러의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줄이는 긴축을 통해 강달러의 근본적인 처방을 제쳐두고, 냉전 시대 민주주의 진영의 리더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협약을 통해 타국 통화를 강하게 만드는 길을 택했습니다. 이 협약이 바로 플라자 합의죠.

< 레이건 집권 시기 쌍둥이 적자 (좌측), 플라자 합의 이후 달러 인덱스와 미국채 금리 (우측) >
현재 미국도 레이건 집권 시기와 비슷한 쌍둥이 적자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당시에 비해 현재의 쌍둥이 적자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차이가 있겠군요.

빨간선은 재정적자, 보라선은 경상수지 적자입니다. 1996년부터 현재까지의 추이인데 보시다시피 적자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졌음을 알 수 있죠. 물론, 미국경제의 규모가 1980년도 대비 3배 이상 거대해졌음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재의 쌍둥이 적자의 규모는 과도하게 큽니다. 쌍둥이 적자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면 미국이 생산을 해야하고, 생산한 물품의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전자를 위해 미국에 제조업 기반을 확충해야 하고, 후자를 위해 달러를 약하게 해야 합니다.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경제 전반의 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 재정지출을 줄이고, 정부가 발을 뺀만큼 민간주체들이 나서도록 만들기 위해 감세와 규제완화가 필요합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미 추진해 온 정책과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의 합집합으로 보이지 않나요? 그리고, 서술된 모든 내용은 철저히 공급주도의 경제정책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심각한 쌍둥이 적자라는 문제의 해결책으로서 미국은 공급주도 경제정책을 채택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급주의 회귀 원인 #2. 백인 중산층의 반격
미국의 강력했던 제조업 기반은 1970년대 이후 빠르게 쇠락했습니다. 우리가 러스트 벨트 (Rust belt) 로 알고있는 미국의 오대호 주변 지역은 번성했던 미국의 제조업의 심장이었죠. 그 많았던 공장들이 모두 폐쇄되어 장비와 건물에 녹 (rust) 이 잔뜩 슬었다고 해서 러스트 벨트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 녹슬어버린 미국 제조업의 영광 >
제조업이 무너지고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체제로 나아가며 월스트리트의 자본과 실리콘밸리의 빅테크는 새 시대의 주도적인 세력이 되었지만, 제조업이 키워낸 미국의 중산층은 철저히 소외되었습니다. 제조업의 붕괴와 함께 블루칼라 중산층이 사라지며 미국의 빈부격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졌죠. 제조업에 종사하며 준수한 임금을 받던 이들은 이제 저임금 서비스 업종으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 미국 소득계층 별 소득 비중 추이. 중산층의 소득 급락이 인상적 >
또한, 이렇게 밀려난 이들 중 대다수가 (약 60%) 백인이었습니다.

< 노랗게 마킹한 중산층 중, 빨간 막대가 백인 인구 비중 >
2차 대전에 적극 참전하고, 전후 미국이 패권국가로 성장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찼던 백인 중산층이 철저히 몰락하고, 소외당하며 불만과 분노를 축적해 가고 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잘 나가는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유색인종과 여성인권을 옹호하는 사회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백인들은 잠재적인 사회악처럼 인식되기까지 했죠. 자신들은 몰락하고 있는데, 주변에서는 백인들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들 하니 (white previlege), 백인인 것만으로도 죄책감을 느끼는 황당한 분위기까지 형성되었습니다.

< White guilt... 문송이 아니라 백송 (백인이라 죄송합니다) >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백인 중산층의 불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고, 트럼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정치적인 기회를 포착합니다. 미국의 백인인구 비중은 대략 57%, 이들 중 55%가 중산층에 속하니 얼추 전체 인구의 31%를 차지하는 백인 중산층이 경제적 몰락과 사회적 고립으로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었는데도, 이들을 대변해 주는 정치세력은 없다는 점을 간파한 겁니다. 그리고, 그의 판단은 적중했죠.

< 트럼프 지지자 중 압도적 다수가 백인입니다. >
< 백인 중에서도 대졸 이하 학력자들의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 또한, 압도적 다수가 미국 중위소득 8만불에 못 미치는 저소득층입니다. >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이 Make America Great Again에 열광할 때, 이들이 바라는 것은 뭘까요?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 누구의 과거 영광이죠? 핵심 지지층인 백인 중산층이겠죠. 이들의 영광의 시절은 언제였죠? 미국의 강력한 제조업이 안정적인 고소득 일자리를 제공하며 두터운 백인 중산층을 형성했던 1950~60년대겠죠.
저학력, 저소득 서비스업을 전전하던 인력들이 빅테크나 월스트리트에서 초고소득 일자리를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고, 정치권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들이 안정적인 고소득 일자리를 얻으려면 제조업 일자리가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제조업은 이미 폭망했죠? 따라서, 이들에게 제조업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다시 ...